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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당신을 밀어낼지라도
김현호
김현호는 전통 동양화를 바탕으로, 자연과 회화의 감각을 동시대 언어로 재구성해온 작가입니다. 그는 바다, 산수, 고인돌처럼 눈에 보이는 형상뿐 아니라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의 깊이에 주목합니다.

특히 그의 대표 연작인 〈어둠의 회화〉는 거의 검은 화면 속에 미세한 결과 입체감을 숨겨놓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야만 보이는 이 요소들은 작품 앞에 선 관람자의 움직임과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감각을 선사합니다.

그가 탐구하는 ‘현(玄)’은 만물의 근원이자, 가장 깊은 어둠의 색입니다. 겹겹이 쌓인 먹과 카본 블랙은 단순히 색이 아닌, 시간과 감정, 사유의 층을 이룹니다. 그림은 더 이상 평면이 아니라, 몸으로 경험하는 오브제가 됩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회화와 함께 영상과 오브제가 어우러진 설치 공간을 구성하며, 동양화의 전통성과 물성 실험이 만나는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 어둠의 공간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게 될까요? 김현호의 작업은 우리로 하여금 조용한 사유의 거울 앞에 서게 합니다.

그 어둠은 비워진 공간이 아니라, 감각과 기억, 존재를 비추는 또 하나의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