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오봉아파트고속도로도
나나와 펠릭스
이 공간에서는 아티스트 듀오 나나와 펠릭스의 설치 작업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과 헬싱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두 작가는 급변하는 도시 환경과 사회 구조 속에서 주거 공간의 의미와 전통의 현대적 전환을 탐구해왔습니다.
이들은 도시를 걷고, 관찰하고, 수집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집’이란 단순한 채집이 아니라, 도시 속 무의식과 사회적 욕망을 시각화하는 창조적 행위입니다.
먼저 보시는 작품은 〈컨템포러리 수석〉입니다. 도시 재개발 현장에서 수거한 콘크리트 조각과 철근을 전통 수석 감상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이 작업은 폐허의 파편을 자연의 돌처럼 제시하면서 상실, 개발, 시간의 층위를 겹겹이 담아냅니다. 이 작품은 자연에 대한 동경과 도시 개발 사이의 아이러니를 담아내며, 관조의 미감에서 소비와 폐기의 리듬으로 관점을 전환시킵니다.
또 다른 시리즈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에서는 ‘롯데 캐슬’, ‘아이파크’, ‘더 샵’ 같은 아파트 브랜드명이 전통 서예 족자 형식으로 표현됩니다. 서예의 위엄 속에 삽입된 이 브랜드들은 현대 주거 욕망과 전통 권위의 충돌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마지막으로 〈일월오봉아파트고속도로도〉는 조선 왕실의 병풍 형식에 서울의 아파트와 고속도로 풍경을 결합한 대형 작업입니다. 전통과 현대, 권위와 일상이 겹쳐진 이 풍경은 과거가 지금 이곳에서 재구성될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나나와 펠릭스에게 전통은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 살아 움직이는 언어입니다. 그들은 전통 형식을 빌려오되, 현대 도시의 감각과 충돌시킴으로써 과거와 현재, 이주와 정착의 경계를 질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