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된 개입들 no.7
르 피 롱
이 공간에서는 베트남 출신 작가 르 피 롱의 설치 작업 〈지속되는 개입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르 피 롱은 기억, 장소, 식민주의의 잔재, 생태적 위기 같은 주제를 시적이고도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풀어내는 작가입니다.
그는 특히 베트남 전쟁이 남긴 상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번 작업은 바로 그 지속되는 고통에 대한 예술적 응답입니다.
작가는 호찌민 시 투즈 병원, 동나이성의 제초제 저장소, 그리고 고엽제 피해 아동의 실제 표본을 리서치하며 이 작업을 구성했습니다.
화면에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과 동물의 형상들이 얽혀 있고, 먹과 도지(Dò)라는 베트남 전통 종이를 활용해 어둡고도 깊이 있는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이미지들은 폭발, 침식, 소용돌이처럼 보이기도 하며, 인간과 자연이 한 몸처럼 뒤섞인 불안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이 모든 요소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생태적 불균형과 고통을 상징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작가가 고엽제로 오염된 실제 흙을 전시장에 함께 설치했다는 점입니다.
이 흙은 단순한 조형 요소가 아닌, 전쟁의 잔재이자 현실 그 자체입니다.
관람자는 그 앞에 멈춰 서는 순간, 전쟁과 자신의 거리가 불현듯 좁아짐을 느끼게 됩니다.
〈지속되는 개입들〉은 말합니다. 전쟁은 끝난 사건이 아니라, 지속되는 개입이라고. 기억은 아카이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책임, 그리고 감정의 공유를 통해 살아 숨 쉬는 것이라고요.
이 작품 앞에서, 잊힌 이야기들과 다시 연결되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조용한 연결이야말로, 이 작품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제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