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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주정뱅이, 밤의 일
린타로 하시구치
이 작품은 일본 나가사키 출신의 예술가, 린타로 하시구치의 작업입니다. 그는 전통 서예를 현대미술, 퍼포먼스, 그리고 펑크 록의 에너지와 결합하여, 감각적이고도 격렬한 문자 예술을 펼쳐왔습니다. ‘WLIGHTE’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쓰기(Write)’, ‘빛(Light)’, ‘싸움(Fight)’을 결합한 이 단어를 통해 자신의 예술 태도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하시구치의 작업에서 문자는 더 이상 읽히기 위한 기호가 아닙니다. 그는 붓 대신 수건을 사용해, 신체의 즉흥적인 움직임으로 화면을 채워나갑니다. 이때 탄생하는 글자들은 어느 특정한 언어에도 속하지 않으며, 작가는 이를 ‘기호 생명체’라 부릅니다. 문자와 기호가 아닌, 몸짓의 흔적, 감정의 진동, 순간의 에너지를 시각화한 존재들이지요.

이번 비엔날레에 소개된 작업들은 수묵의 감성과 물성을 바탕으로, 문자·신체·소리 없는 언어 사이의 새로운 감각적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작업을 마주한 관람자는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마치 퍼포먼스를 ‘공감’하듯 체험하게 됩니다.

하시구치에게 ‘이웃됨’이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문자는 언어를 넘어선 공명의 도구이며, 전통 서예의 궤적을 따라가되, 오늘의 삶 속 감각으로 이어지는 현대적 호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문자는 다시 몸이 되고 소리가 되며, 관람자 각자의 감각 안에서 새로운 리듬으로 되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