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에 전시된 작품은 한국 작가 문주혜의 회화 시리즈입니다.

문주혜 작가는 게임, 종교화, 일상 오브제 등 다양한 시각문화 속 상징들을 전통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으로 재해석해온 작가입니다.

먹과 장지, 채색이라는 전통적인 매체 안에서 현실과 가상이 겹쳐지는 다층적 서사를 펼쳐냅니다.

〈Morning Coffee〉, 〈Night Bowl〉, 〈You got 2 coin〉과 같은 이번 출품작들은 게임 속 캐릭터의 ‘궁극기’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미지의 중심에는 커피잔, 밥그릇, 동전, 반려견 산책 같은 아주 평범한 일상적 장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종교화에서 성인의 권위를 상징하던 후광은 이제 우리의 일상에 덧입혀지고, 익숙한 오브제들은 낯선 신성성을 띠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는 듯한 회화적 우주를 형성하며, 전통과 현대, 신화와 현실이 한 화면 안에서 조우합니다.

문주혜의 작업은 단지 과거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동양화라는 전통의 형식 속에 디지털 시대의 감각과 상징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서사적 감각을 펼쳐 보입니다.

관람객은 화면 속에서 과거의 도상과 현대의 아이콘이 충돌하고, 감각과 서사가 동시에 작동하는 독특한 시각 언어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작품들은 오늘날의 동양화가 어떻게 새롭게 쓰일 수 있는지를 강하게 보여주는 한 편의 시각적 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