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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검은 물
박광수
박광수 작가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물속에 잠긴 꿈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형체는 있지만 명확하지 않고, 감정은 단어보다 먼저 스며들어옵니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또렷하게 드러나기보다는 경계가 무너진 존재로 나타납니다. 숲과 물, 그리고 사람의 형상은 서로에게 스며들며 화면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감각으로 움직입니다.

이번 비엔날레 출품작에서는 특히 ‘물’의 이미지가 중심을 이룹니다. 모든 것이 물속에서 부유하고, 흘러가며, 잠깁니다. 어둡지만 침잠하지 않는 색감은 마치 우리의 내면 깊은 곳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듯한 정서적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작가는 실제 숲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풍부한 먹의 농담과 반복적인 붓질로 자연의 리듬과 깊이를 구현합니다. 그 결과, 이 화면은 단지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라 감정의 풍경이 됩니다. 잊고 있던 기억, 설명할 수 없는 감정, 말로 하기 어려운 마음의 움직임이 시각적으로 떠오릅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 《문명의 이웃들 – Somewhere over the Yellow Sea》는 중심이 아닌 주변, 분명하지 않은 경계에서 태어나는 감각과 서사에 주목합니다.

박광수의 회화는 바로 그 경계에서 말보다 느림으로, 형태보다 감각으로, 또 하나의 문명적 내면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지금, 화면 앞에 서서 당신 안의 감정이 천천히 움직이는 소리를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