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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로부터
산신티아 모히니 심슨
호주 기반 예술가 산신티야 모히니 심슨의 작업 〈From My Mothers〉를 소개합니다.

심슨 작가는 19세기 후반, 영국 식민지배 하에서 인도에서 남아프리카로 강제 이주된 계약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기록되지 않은 여성들의 후손입니다.

당시 이들은 ‘쿨리’라는 경멸적인 표현으로 불렸고, 극한의 노동과 착취 속에서, 특히 여성의 삶은 기록조차 되지 않은 채 사라져갔습니다.

〈From My Mothers〉는 그 침묵을 복원하려는 작업입니다. 작가는 어머니가 가꾸던 정원에서 얻은 망고 껍질과 사탕수수 재로 직접 종이를 만들고, 그 위에 드로잉과 텍스트, 기하 문양, 흐릿한 언어를 조합했습니다.

이 종이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모계의 계보, 식민 이주의 기억, 자연과 노동의 흔적이 응축된 감각의 표면입니다.

작품 속 반복되는 시구절과 문양은 말해지지 못한 여성의 기억, 사라진 언어, 전달되지 못한 감정들을 조용히 호출합니다.

심슨은 이 과정을 통해 잃어버린 존재를 부르는 의례적 몸짓, 그리고 상처 이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치유의 실천을 제안합니다.

이 작업은 개인의 역사와 집단의 기억, 여성의 몸과 식민의 유산이 겹쳐지는 장소이자 시간입니다. 바다를 건너온 몸들, 이름 없이 사라진 여성들, 기록되지 않은 목소리들이 예술이라는 장을 통해 다시 발화됩니다.

〈From My Mothers〉는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문명의 이웃들 – somewhere over the yellow sea》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문명과 비문명, 중심과 주변, 기억과 탈기억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예술이 어떻게 조용한 방식으로 저항하고 회복할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