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호흡
오숙환
이 공간에는 작가 오숙환의 연작 〈자연의 호흡〉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오숙환은 수묵이라는 전통 재료를 통해 빛과 바람, 공간, 시간 같은 자연의 보이지 않는 힘을 시각화해온 작가입니다.
그녀의 작업은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한 자연의 기운과 리듬을 먹과 종이 위에 고요하게 담아냅니다.
〈자연의 호흡〉 시리즈는 사막의 모래결, 바다의 잔물결, 공기 중의 흐름처럼 자연이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패턴을 먹의 번짐과 결을 통해 표현한 대형 평면 작업입니다. 반복되는 선들과 미세한 농담의 변화는 마치 자연이 숨 쉬듯, 화면 위에 고요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이 작업은 처음부터 완성된 이미지를 향해 그려진 것이 아닙니다.
오숙환은 수십 번의 붓질과 물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형상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이 과정은 작가에게 하나의 수행이자 감응의 시간이며, 그 속에 담긴 밀도와 여백은 관람자에게 느림과 집중의 감각을 환기시킵니다. 특히 화면을 가득 채운 유기적인 선들은 생명체의 성장, 땅의 주름, 바람의 흔적처럼 읽히며, 이는 자연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움직이는 방식 자체를 시각화한 결과물입니다.
검은 먹과 흰 여백, 그 단순한 조합 속에서 우리는 자연이 품은 깊은 호흡과 생명력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오숙환의 작업은 우리로 하여금 자연을 다시 느끼고, 천 천히 호흡하게 만드는 묵직한 감각의 공간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