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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기억
오윤석
오윤석 작가는 치유와 회복, 그리고 영적 에너지를 중심에 두고 작업해온 작가입니다.

그에게 글자는 단순한 정보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기운과 상징을 담은 주술적 언어입니다. 불교 경전이나 민속 신앙에서 차용한 문자들을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여, 감정과 무의식의 세계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비엔날레에 출품된 〈감춰진 기억 Hidden Memories〉 연작은 검은 화면 위에 드로잉과 손글씨, 그리고 칼로 오려낸 종이 조각들이 겹겹이 놓인 작품입니다. 처음 보면 단순한 선과 면의 반복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집중과 고요한 기도의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이 작업은 일종의 명상이며, 작가가 수행을 통해 감각적으로 포착한 에너지가 그대로 화면 위에 드러납니다.

〈감춰진 기억〉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감정과 기억을 부드럽게 흔들어 깨우며,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내면의 울림을 조용히 건네줍니다.

그것은 말보다 더 깊고, 형태보다 더 섬세한 시각적 기도이자 감각의 치유입니다.

《문명의 이웃들》이라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처럼, 오윤석의 작품은 우리 모두 안에 자리한 이웃— 잊힌 기억, 치유의 에너지, 그리고 회복의 가능성—과 마주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