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수
이세현
이세현 작가는 군 복무 시절, 비무장지대에서 야간 투시경을 통해 본 붉은 풍경에서 작업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이 경험은 그에게 ‘붉은 산수’ 시리즈로 이어졌고, 작가는 이후 강렬한 붉은색을 중심으로 산수화의 전통과 분단의 현실을 결합한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습니다.
전통 동양화의 산수 구도를 따르지만, 그 속에는 군함, 전차, 포성, 폐허 같은 전쟁과 분단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이 교묘히 스며 있습니다.
이로써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위기와 불안, 폭력의 기억이 침투한 풍경으로 재편됩니다.
이번 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에서도 붉은색의 밀도와 여백의 공간이 강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그 사이에서 섬의 형상이 떠오릅니다.
이 섬은 분단의 경계, 그리고 우리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력의 장소로 제시됩니다.
이세현의 풍경은 현실이면서도 기억과 상징이 겹쳐진 공간입니다.
그곳에는 역사의 상처와 인간의 감정, 그리고 여전히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희망이 동시에 머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