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동산의 파티
이인선
이 공간에서는 자수 회화 작가 이인선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이인선 작가는 민화, 전래동화, 만화, 타로카드 같은 상징적인 이미지를 차용해, 산업용 기계자수로 회화적 언어를 구성해온 작가입니다. 화면 속 호랑이, 복숭아, 제비, 뱀 같은 전통적 모티프들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현대의 감각과 사회적 정서를 반영한 상징들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녀의 자수는 장식의 차원을 넘어섭니다. 문신처럼 반복되고 밀착된 실의 결은 작가의 내면을 드러내는 표현 수단이자, 감정과 기억을 박음질하듯 새겨넣는 조형 행위입니다. 자수의 고유한 질감은 인물과 동물, 배경의 경계를 흐리며, 현실과 상상의 공간을 유연하게 오갑니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총 7점이 소개됩니다.
〈복숭아 동산의 파티〉는 화려한 색감과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고, 〈뿔과 뼈〉는 보다 상징성과 서사성이 짙어진 2024년 신작입니다.
특히 가로 2.8미터가 넘는 대작 〈어느 봄날의 평화로운 풍경〉은 세밀하고 반복적인 자수의 리듬이 스크롤 화면처럼 펼쳐지며 시각적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
자수는 원래 노동집약적인 매체입니다. 이인선은 이 반복을 통해 질서와 혼돈, 상징과 유희가 공존하는 화면을 구성합니다. 그 조형 구조는 마치 타로 카드나 굿의 단청처럼, 보이지 않는 질서를 암시하며, 이를 통해 자수는 이인선만의 현대적 동양성으로 확장됩니다.
이인선의 작업은 자수를 회화로 확장시키는 감각적 실험이며, 이번 비엔날레에서 수묵의 감성과 물성을 또 다른 언어로 재해석한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