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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육도
정복수
정복수 작가는 고통, 욕망, 상실, 연민 같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인체 형상으로 표현해온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몸, 절규하는 표정, 해부된 신체 등으로 등장하며, 단순한 사람의 형상이 아닌, 감정과 기억, 시대의 상처를 품은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번 비엔날레 출품작 〈몽육도〉는 ‘꿈(夢)’과 ‘육체(肉)’를 병치한 제목처럼, 무의식과 현실이 충돌하는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거칠고 반복적인 붓질, 번지고 얼룩진 흔적, 불균형한 신체의 형상은 한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가 외면해온 진실과 기억을 우리 앞에 꺼내놓습니다.

정복수는 먹과 붓이라는 전통 재료를 고요한 사유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먹은 고통을 새기는 잉크, 붓은 상처를 드러내는 칼날입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문명의 이웃들》처럼, 정복수의 작업은 중심에서 배제된 존재들, 침묵당한 감정과 억눌린 기억을 향해 다가갑니다.

정치적 구호가 아닌, 해체된 몸을 통해 우리는 잊힌 이웃들과 감각적인 연대를 맺게 됩니다.

그의 화면 앞에 서면, 우리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의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함께 아파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