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 guide LIST
Language
자유의 바람길...
정재경
하늘을 가로지르는 갈매기. 정재경 작가에게 이 새는 단지 자연의 일부가 아닙니다. 분단의 상처를 넘고, 바다를 건너, 자유와 평화를 향해 나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정재경은 전통 동양화 기법을 바탕으로오늘의 한국 사회와 자연, 역사적 정서를 담아내는 수묵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넓은 여백 위로 갈매기들이 역동적으로 펼쳐집니다. 그 새들은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단순한 사실적 재현을 넘어 희망과 염원의 형상으로 다가옵니다.

작가는 실제로 새들의 생태와 움직임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자연의 생명력을 화면 속에 고요하게 담아냅니다. 그 새들은 마치 관람자와 함께 하늘을 날고 있는 듯한 감각적 공감의 통로가 되어 줍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 선보이는 대형 연작은 바다와 하늘, 그리고 새의 움직임을 통해 국경과 분단, 민족의 경계를 넘어서는 상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정재경의 작업은 전통 회화의 기술을 현재의 언어로 재구성하며, 예술이 어떻게 평화를 말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문명의 이웃들》이라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처럼, 그의 수묵은 땅 위의 국경이 아니라, 바다 위의 하늘을 나는 시선으로 새로운 이웃됨의 감각을 제안합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붓질, 그 속에서 우리는 날갯짓 하나하나에 담긴 작가의 염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경계를 넘어서는 예술의 힘, 정재경의 수묵 앞에서 그 가능성을 마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