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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정현
정현 작가는 버려진 재료와 인간 형상을 결합하여 존재와 시간, 기억의 문제를 조각적으로 탐구해온 예술가입니다.

그는 처음엔 해부학적 인체 조각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조각의 형상보다 형상을 만드는 재료 자체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아스팔트, 콜타르, 철근, 연탄— 한때는 산업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쓸모를 다해 버려진 재료들이 그의 손에서 인간 형상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들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문명이 남긴 흔적이자 인간 욕망의 자국입니다.

이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서는 이러한 조각과 더불어 먹으로 그린 대형 드로잉도 함께 선보입니다.

작가에게 드로잉은 감정과 사유가 즉각적으로 분출되는 가장 솔직한 조형 언어입니다.

정현의 작업은 무너진 물질, 상처 입은 형상들을 통해 버려진 것들의 존엄성과 존재의 기억을 복원합니다. 그는 우리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문명을 되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