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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여신
제임슨 얍
이 공간에 설치된 작품은 말레이시아 출신 작가 제임슨 얍의 〈당나라 시인들과의 대화 시리즈〉입니다.

제임슨 얍은 전통 중국 서예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문자와 회화, 추상과 감정이 교차하는 독창적인 작업을 선보여왔습니다.

그는 오랜 시간 수행을 거쳐 ‘류수(River Stroke)’라는 자신만의 서체를 개발했는데요, 이 서체는 말 그대로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고 생명력 있는 붓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화면은 단순한 문자 표기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이 스며든 회화적 공간입니다.

중첩되는 획들, 잉크의 번짐, 여백의 리듬은 우리에게 하나의 시적 경험을 선사하며, 글자를 ‘읽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이번 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들은 〈술을 마시며 부르는 노래〉, 〈달의 여신, 창어〉 등 당나라 고전 시인들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리즈입니다.

얍은 먹의 농담과 획의 리듬 속에 아마존 강의 유동적인 흐름과 생명의 에너지를 담아, 시간을 초월한 감정의 대화를 펼쳐냅니다.

그에게 ‘이웃’이란 단지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문명과 시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감응의 가능성입니다.

중국 서예의 뿌리를 지닌 그는 말레이시아의 다문화 정체성과 동시대 감수성을 함께 품으며,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문화가 공명하는 예술의 장을 제안합니다.

글자가 곧 그림이 되고, 획 하나가 하나의 시가 되는 순간. 제임슨 얍의 작품은 전통과 현재, 문자와 감각 사이의 경계를 부드럽게 넘나들며, 우리에게 열린 감상의 문을 열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