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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 수묵 No.1
첸시
이 공간에 소개된 작업은 중국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첸시(작가의 작품입니다. 첸시는 전통 수묵화의 재료성과 미학을 현대 기술과 결합해, 감각의 경계를 탐색하는 회화와 영상 작업을 선보여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물성 안료와 먹을 사용한 평면 회화 시리즈와 더불어, 77분 분량의 단채널 비디오 작업 〈보행 시뮬레이터를 통한 몽유병〉이 함께 소개됩니다.

회화 연작 〈자유로운 공상과학소설〉은 반복되는 선과 도형을 통해 도시 지도, 전자 회로, 생물학적 구조를 연상시키는 화면을 만들어냅니다. 먹과 안료의 번짐이 만들어내는 이 복합적인 패턴은 자연과 인공, 감성과 기계, 무질서와 체계의 이중 구조를 시각화하며, ‘기계적 추상’이라는 수묵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입니다.

〈단층 먹 1호〉는 전통 회화의 여백과 번짐을, 유전자 배열이나 데이터 지도 같은 이미지로 전환시킵니다. 먹과 형광 안료가 결합된 이 화면은 동서양 문명의 감각적 혼종성을 탐구하며, 수묵이 정보화 시대에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영상 작업은 드로잉, 2D·3D 애니메이션, 디지털 맵핑을 혼합한 실험적 비디오입니다. 첸시는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통해 꿈, 성장,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몽환적인 세계를 떠도는 감각적 여정을 관람자에게 제공합니다.

첸시의 작업은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문명의 이웃들》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전통 수묵이라는 매체를 동시대의 감각과 혼합함으로써, 아시아적 정체성의 유동성을 실험하고, 수묵 이후의 감각적 지형을 열어 보이는 것이죠.

회화와 영상, 기계와 감정이 교차하는 이 공간에서, 관람자는 하나의 문명을 통과하며 또 다른 감각의 가능성을 마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