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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래하처거하소
최준근
이곳은 최준근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입니다.

여백으로 가득한 캔버스 위에 묵직한 돌 몇 개가 흩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고요한 장면은 결코 비어 있지 않습니다. 돌과 돌 사이의 간격, 그 여백은 시간과 존재, 사유와 자연에 대한 깊은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제주도의 검은 현무암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수묵의 전통 재료인 먹을 사용하면서도,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 특유의 밀도와 구성 감각이 더해져, 조용하면서도 강한 울림을 지닌 화면을 만들어냅니다.

캔버스는 수십 차례 백색 안료로 덧칠되고, 그 위에 묽은 먹이 담긴 세필로 하나의 돌이 점묘처럼 그려집니다. 그리는 행위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시간을 쌓고 축적하는 수행의 기록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풍래하처거하소〉, “바람은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가”입니다.

돌 하나, 여백 하나는 그 물음의 잔상이자, 존재에 대한 사색의 흔적입니다.

이 공간에 머무는 순간, 감상자는 하나의 돌에서 시작된 사유의 여정을 스스로 이어가게 됩니다.

돌은 더 이상 ‘사물’이 아니라, 당신 내면의 응시 지점이 됩니다.

잠시 멈추어, 바람이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듯 자신의 내면과 마주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고요한 공간은 바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