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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타티아나 볼스카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그림’이라기보다는, 감각의 흐름에 가깝습니다. 타티아나 볼스카는 ‘선’이라는 가장 단순한 요소를 통해 공간 전체를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바꿔냅니다.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작가는 10일간 목포 전시 공간에 머무르며, 그곳의 빛, 공기, 벽의 결에 따라 드로잉을 펼쳤습니다. 벽과 천장, 바닥을 타고 흐르는 선들은 자라고, 번지고, 비틀어지며 고정된 형태나 의미 없이 그 자체로 살아 있는 감각이 됩니다.

볼스카의 선은 해부된 신체의 내장처럼, 또는 보이지 않는 생명체의 움직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녀는 드로잉뿐 아니라 버려진 플라스틱이나 오래된 매트리스를 재구성해 형상보다 물성과 감각에 가까운 조각도 만들어냅니다.

볼스카는 예술이 꼭 완성된 이미지일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번 작업은 무엇이 되기 이전, 즉, 유동하고 미정인 상태를 시각화합니다. 그리고 이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보는 사람’이 아니라 느끼는 존재로서 예술과 만납니다.

《문명의 이웃들》이라는 비엔날레의 주제처럼, 볼스카의 작업은 중심이 아니라 사이, 완성보다 과정, 경계보다 감응의 순간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