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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1, 2 & 3
한나 쿤리반
이 공간에서는 호주 출신 작가 한나 쿤리반의 설치 작업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한나 쿤리반은 선, 리듬, 시간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드로잉의 감각을 확장해온 작가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신 작품은 평면 드로잉에서 출발해, 공간 전체로 확장된 '확장된 드로잉(Expanded Drawing)'의 형식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비닐, 와이어, 섬유, 빛 같은 비전통적 재료를 활용해, 선을 화면 밖으로 꺼내어 공간 위에 떠오르게 합니다.

이 선들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관람자의 움직임과 빛의 변화에 따라 반응하는 살아 있는 선들입니다.
여러분은 이 작품을 걷고, 통과하고, 감각하며 작품 속에 직접 참여하게 됩니다.

쿤리반의 작업은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의 개념인 ‘리듬분석(Rhythmanalysis)’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도시의 소음, 일상의 흐름, 숨소리 같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리듬을 시각적으로 포착하려는 그녀의 시도는,
이 선들을 단지 조형 요소가 아닌 감정과 기억의 흐름으로 만들어냅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문명의 이웃들》 안에서,이 작품은 고정된 문명의 경계 밖에서 움직이는 감각의 장소를 제안합니다. 선들은 해류처럼 흐르고, 식물처럼 자라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세계의 리듬을 다시 느끼게 하죠.

지금 이 작품 앞에서는, 잠시 멈춰 서서 선의 흐름을 따라 움직여 보시거나, 그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가 보셔도 좋습니다. 그 안에서 여러분의 몸과 감각,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직접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