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서 자화상
공재 윤두서 – 뿌리 깊은 시선, 그림이 된 마음
해남은 수묵의 뿌리라 불립니다.
그 중심에 공재 윤두서가 있습니다.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로 태어난 그는, 해남이라는 자연과 가문의 정신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그의 삶은 단순한 화가의 길이 아니라, 조선 후기 사회를 꿰뚫는 사유와 관찰의 여정이었습니다.
자화상으로 잘 알려진 윤두서는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습니다. 살짝 돌아선 얼굴과 담담한 눈빛은 당시 사대부의 자기성찰,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탐색을 암시합니다. 학자이자 예술가였던 그는 단순한 초상화를 넘어, 내면의 깊이를 포착하는 방식을 찾아낸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그림은 꾸밈이 없습니다. 공재는 유행을 따르지 않았고, 세속적 영예에도 무심했습니다. 대신 가족과 주변 인물을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고, 말과 풍속을 그릴 때도 그의 붓끝엔 사실에 대한 존중과 사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조선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태도였습니다.
윤두서의 화풍은 당시 주류였던 관념 산수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데 집중합니다. 특히 그의 인물화는 감정과 개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 단순한 외형 묘사를 넘어서는 깊이를 보여줍니다.
이 점에서 그는 사실주의 계열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말 그림과 풍속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고, 붓질 하나하나에 학문과 철학이 배어 있었습니다. 수묵이라는 매체 안에서 그는 단지 검은 선을 그은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삶에 대한 성찰을 그렸습니다.
오늘날 해남에서 그의 그림을 다시 만나는 것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닙니다. 윤두서가 보여준 깊이 있는 관찰과 내면을 향한 응시는, 여전히 현대인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우리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진실하게 세상을 그리고 있는가? 묵의 뿌리를 이야기할 때, 공재 윤두서는 단연 그 시작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그림은 해남의 자연과 맞닿아 있으며, 동시에 인간 내면의 풍경을 닮아 있습니다. 고요하지만 선명하게, 그는 지금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