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서세옥 – 선과 여백, 인간의 정신을 걷다
여러분이 보고 계신 작품들은 한국 현대수묵화의 거장, 산정 서세옥의 「사람들」 연작입니다.
그는 전통 수묵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선구자였습니다.
이 작품들을 자세히 보세요. 복잡한 색깔도, 정교한 묘사도 없습니다. 단지 검은 먹으로 그은 선과 점, 그리고 여백만 있을입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사람들의 온기와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서세옥은 1940년대 해방과 전쟁, 분단을 겪으며 자랐습니다. 그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그는 동양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1960년대에 뜻을 같이 하는 화가들과 '묵림회'라는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먹의 숲'이라는 뜻이죠. 묵림회는 수묵이라는 전통적인 재료로 완전히 새로운 현대미술을 시도하는 그룹이었습니다.
서세옥은 그 중심에서 "수묵도 현대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춤추는 사람들」을 보세요. 실제로는 사람 형태를 정확히 그리지 않았지만, 마치 사람들이 손을 잡고 춤추는 것 같지 않나요? 이것이 바로 서세옥의 천재성입니다. 최소한의 선으로 최대한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거꾸로 선 사람들」에서는 인간 존재의 불안정함을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때로 세상이 뒤바뀐 것 처럼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런 감정을 몇 개의 선만으로 완벽하게 담아냈습니다.
다른 「사람들」 이라는 작품을 보면,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도시의 바쁜 출근길 같고, 어떤 것은 시골의 강강술래 같고, 또 어떤 것은 혼자 서 있는 외로운 사람 같기도 합니다.
서세옥의 특별함은 무엇을 그리지 않느냐에 있습니다. 여백, 즉 비워진 공간이 그림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빈 공간 때문에 선들이 더 살아있게 보이고, 우리 마음속에 상상할 여지를 남겨주고 있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묵은 마음으로 그리는 것이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속 감정을 그린다는 뜻입니다.
서세옥의 작업에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예술은 현실을 넘어서되 현실과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추상적이면서도 우리 삶과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 작품들에서 중요한 것은 연결과 관계입니다.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대고, 함께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이시나요? 개인보다는 공동체,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2010년까지, 30년에 걸쳐 그려진 이 연작들을 보면 작가의 변화도 느낄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좀 더 구체적이었다가 점점 더 단순해지고 추상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서세옥의 그림 앞에 서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가 그린 이 사람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춤추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서로를 이어주고, 함께 걸어가며,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존재들로 말이에요.
서세옥이 남긴 선 하나, 여백 하나는 지금도 우리에게 조용히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