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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인 전종주 – 살아있는 전통, 흐르는 수묵
이곳에 전시된 작가들 중 목인 전종주(1951~)는 유일한 생존 작가입니다. 그는 현재진행형으로 호남 서예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로, 이 전시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전종주의 작업은 전통 서예나 회화의 외형을 그대로 따르지 않습니다. 대신 동양 정신과 서예적 호흡에서 출발하여, 완전히 새로운 조형 언어를 만들어냅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형태가 아닌 정신입니다.

작품 「심상」을 보겠습니다. 이는 마음속 풍경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구체적 대상을 그리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흐름을 포착합니다. 먹의 번짐과 여백이 만나는 지점에서 내면의 풍경이 드러납니다.

「인신간」은 인간과 신성 사이의 경계를 다룹니다. 육체와 정신, 현실과 이상 사이의 애매한 지점을 붓 하나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명확한 형태 대신 흐름과 기운으로 존재의 본질에 접근합니다.

그의 화면에는 때로 단 하나의 선만 그어져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선 하나에 쏟아지는 집중과 사유의 깊이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자상」, 「전정」 등의 작품에서 이러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묵감성」은 제목 그대로 붓과 먹을 통한 감성의 표현입니다. 전통 재료가 갖는 물성과 현대적 감각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수묵의 감각적 가능성과 사유의 깊이를 동시에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선조」는 선 자체에 대한 탐구입니다. 단순한 직선이나 곡선이 아닌, 선이 갖는 리듬과 호흡을 시각화했습니다. 하나의 선에도 작가의 사유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종주의 작업 철학은 '서화동원'에 있습니다. 글씨와 그림이 같은 근원에서 나온다는 동양 예술의 기본 정신입니다. 그는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문자와 형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그의 또 다른 핵심 개념은 '서권기'입니다. 이는 글씨에서 우러나는 책의 향기, 즉 깊은 학문과 인격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기운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기교를 넘어선 정신적 깊이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전종주는 학정 이돈흥과 더불어 현재 호남 서예계를 이끄는 양대 축입니다. 학정이 전통 서법의 품격을 현대적으로 계승했다면, 전종주는 전통의 정신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설명이 아닌 체험입니다. 작품을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감각을 열어 자신만의 해석을 찾게 만듭니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사유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둡니다.

「오유」나 「적관」 같은 작품들은 자연을 거니는 듯한 자유로움과 세계를 관조하는 철학적 시선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형태의 완성보다는 과정의 진실성을 중시하는 그의 예술관이 드러납니다.

현재도 활발하게 작업 중인 전종주는 말 대신 붓을 듭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살아있는 연결고리인 그의 수묵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으며, 그 흐름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