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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찰
다산 정약용_학사상의 거목이 남긴 편지
지금 여러분이 마주하고 있는 작품은 조선 후기의 대표 실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정약용 선생이 직접 쓴 편지글입니다.

다산은 추사 김정희와 활발히 교류했는데요, 그의 아들 정학연과 정학유 역시 추사와 자주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지금 보시는 작품도 그 가운데 한 점입니다.

다산의 글씨는 화려하거나 과장되지 않습니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담백한 필체.
단정하고 절제된 그 붓끝에서, 실학자로서의 성정과 내면의 고요함이 느껴집니다.
한 자 한 자 눌러 쓴 글씨에는 인생의 체온이 서려 있습니다.

정약용에게 수묵은 단순한 그림 기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고립된 유배지에서 세상을 감각하고,
자신을 지켜내며,
문명과 윤리, 그리고 가족을 잇는 새로운 언어였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문명의 이웃들”입니다.
『다산 간찰』은, 문명의 중심에서 밀려난 한 사람이
자연과 함께 걸으며 다시 써 내려간 새로운 문명의 시작이자 기록입니다.
정갈한 붓글씨 속에 담긴 마음이 조용히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합니다.
“당신에게 문명이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