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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 8폭
구성연 - 전통과 일상, 아름다움과 불편함의 경계에서
지금 여러분이 마주하고 있는 이 작품은 사진가이자 설치 작가인 구성연의 〈난초〉입니다. 조선시대 문인화에 등장할 법한 난초와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잎사귀처럼 보였던 것은 사실 버려진 샴푸병, 세제통, 화장품 용기입니다. 플라스틱이라는 환경오염의 상징이, 여기선 정결함과 고결함의 상징인 난초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 작품은 전통 병풍 형식을 차용한 사진 설치입니다. 멀리서는 정적이고 단아한 풍경으로 다가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재료는 일상의 부산물, 소비의 흔적들입니다. 작가는 ‘진짜 자연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습니다.

구성연은 인도철학과 사진을 바탕으로, 사물의 본질과 상징을 탐구해온 작가입니다. 사탕, 바위, 팝콘, 플라스틱—그는 익숙한 재료들을 낯설게 만들어, 사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되묻습니다.

〈난초〉는 단지 아름답기만 한 작품이 아닙니다. 아름다움과 불편함, 전통과 소비, 자연과 인공 사이에서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관람자인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정말 ‘자연’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