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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시에 티엔 – 반복 속에서 깨어나는 전통의 감각
여러분이 보고 계신 이 10점의 작품들은 중국 출신 작가 시에 티엔의 작품입니다. 그의 작업을 마주할 때 우리는 단순한 동양화나 서예의 확장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새로운 감각적 언어를 만나게 됩니다.

시에 티엔은 독특한 배경을 가진 작가입니다. 산업디자인과 건축을 공부한 후 예술가로 진화한 인물이에요.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설계된 구조와 철학적 사유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이 작품들을 자세히 보세요. 먹, 종이, 실크 같은 전통 재료와 아크릴, 채색 안료, 테이프 같은 현대 재료가 한 화면 안에 함께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충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통과 세계화 이후의 감각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공명을 보여줍니다.

시에 티엔은 '반복'을 하나의 미학으로 사용합니다. 반복되는 선, 겹쳐지는 형상, 다시 등장하는 기호들. 이 모든 과정은 단순히 똑같음을 위한 재현이 아니에요. 그것은 사유의 리듬이자 감각의 집중이며, 전통적 시간성에 대한 조용한 응답입니다.

「Heart Sutra」(2019)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번짐과 겹침, 비어 있음과 가득 찬 형상들 속에서 우리는 마음속 '공(空)'의 감각을 직면하게 됩니다. 불교의 반야심경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동양 철학의 핵심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이어지는 「Xing」, 「An」, 「Qie」, 「De」 등의 작품들을 보면 마치 거대한 기하학적 악보 같습니다. 평면을 가로지르는 직선과 교차선들, 그 사이에 삽입된 먹의 흔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주의'를 요구하는 수행의 리듬이에요.

「Qian」, 「Gen」, 「Dui」, 「Li」 등의 작품들은 각기 다른 색의 선들로 이루어진 격자 구조 속에 먹의 흔적을 담아냅니다. 이 구조는 마치 감옥 같기도 하고 정원 같기도 해요. 우리는 그 사이를 들여다보며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남는가'를 자문하게 됩니다.

시에 티엔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추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것은 '반복'이라는 조형 언어를 통해 시간과 존재, 감각의 깊이를 사유하게 하는 시각적 수행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작가는 반복을 통해 기억을 호출하고, 침묵을 통해 감각을 열어줍니다.

서로 다른 문명과 시간, 감각과 철학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이 느슨한 구조 속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됩니다. 과연 '전통'이란 무엇이며,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시간의 흐름 위에 놓여 있는가?

시에 티엔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