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손가락, 흩날리는 꽃
장위 - 손끝의 철학, 먹의 시간
여러분이 보고 계신 이 작품은 중국 작가 장위의 「지인(지문)」 시리즈입니다. 장위의 작품 앞에 서면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흔적'을 마주하게 됩니다.
장위는 동양 회화의 전통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실험을 꾸준히 이어온 작가입니다. 그는 붓을 내려놓고 대신 자신의 손가락 끝 지문을 먹에 찍어 화면에 남기는 방식으로 작업을 합니다.
작가의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점 하나, 그러나 그것이 수천 번, 수만 번 반복되어 쌓일 때 화면은 조용하지만 강력한 에너지로 진동하기 시작합니다.
〈Fingerprint〉 시리즈는 1991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회화이자 퍼포먼스, 동시에 철학적 질문을 품은 작품입니다.
지문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유한 신체적 언어이자 존재의 증표입니다. 장위는 이 개인의 흔적을 반복함으로써 시간의 흐름과 육체의 리듬, 존재의 밀도를 화면에 녹여냅니다.
이는 단순한 점의 나열이 아니라 수묵이 품고 있는 기운생동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번역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그 지문 시리즈의 확장된 형태입니다. 작가뿐 아니라 여러분이 직접 참여하여 투명한 패널 위에 자신의 지문을 보세요.
관람객은 붉은 인주를 손가락에 묻혀 투명한 벽면에 직접 지문을 남길 수 있으며, 이 행위는 곧 작가의 예술 세계에 동참하는 참여이자 예술 그 자체가 됩니다.
익명적이지만 고유한 손끝의 흔적들이 겹겹이 쌓이며, 작품은 단일한 ' 나'의 표현에서 벗어나 '우리'의 기억으로 확장됩니다.
전시장에 7미터 길이의 붉은 천으로 구성된 대형 설치물이 보이시나요? 이 자체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합니다.
반복적으로 찍힌 수만 개의 지문은 마치 하나하나의 생명처럼 개별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된 리듬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지문은 단순한 생체 정보가 아니라 시간과 감각, 존재의 응축된 흔적이며,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기운생동'—살아있는 기운과 리듬—을 동시대적 언어로 시각화한 것입니다.
장위에게 수묵은 재료가 아니라 태도입니다. 결과보다 과정, 형상보다 행위를 중시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묵은 여전히 유효한 예술 언어이며, 우리가 사는 세계의 반영이다"
장위의 작업은 평면 회화를 넘어 공간, 행위, 공동체로 확장되며 수묵의 현대적 재해석을 실천하는 장이 됩니다.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예술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표현은 누구의 몫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도 직접 참여해서 자신만의 지문을 남겨보세요. 여러분의 손끝 흔적이 모여 새로운 작품이 완성됩니다.
수묵이 시간과 공간, 개인과 집단, 정신과 육체를 연결하는 예술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