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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손부남 – 원시적 기억, 상생의 울림
여러분이 보고 계신 이 압도적인 작품은 손부남 작가의 대형 회화입니다. 높이 5미터, 가로 9.8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화면은 하나의 '벽화'이자 '생명에 대한 선언문'처럼 다가와요. 그의 작업은 1990년대 초부터 '상생'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과 동물, 식물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어우러지는 유기적인 구성을 보여줍니다.

이번 출품작의 제목은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입니다. 작가는 1995년부터 사용해온 나무판 16장을 직접 이어붙여 이 거대한 스케일의 화면을 완성했고, 그 위에 직관적이며 즉흥적인 드로잉을 쌓아 올렸어요.

화면을 자세히 보세요. 중앙에는 생각에 잠긴 실루엣 형상의 인물이, 오른편에는 징을 치는 벌거벗은 남성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은 마치 고대 의식을 환기시키는 신화적 이미지처럼 다가와요.

손부남의 작품 앞에 서면 인간과 자연이 함께 호흡하는 거대한 생명의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의 작품 속에는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철학이 스며 있어요.

화면 안에는 작가 특유의 선들—거칠고도 생명력 있는 선들—이 언어 이전의 감각, 문명이 생겨나기 이전의 감정과 사유를 끌어내듯 퍼져 있습니다. 그 선들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자연, 그리고 문명의 기원을 되돌아보게 만들어요.

손부남은 서예, 암각화, 원시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과 동식물, 기호와 상징이 어우러지는 독자적인 도상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입니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생명체들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삶과 존재의 본질을 되묻는 상징적 표현이에요.

작가는 자연과 인간을 분리된 존재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얽히고 영향을 주고받는 '이웃'으로 바라봐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도상과 형상들은 자연이 인간을 품고, 인간이 자연을 기억해야 한다는 상생의 윤리를 상징적으로 말해줍니다.

이번 비엔날레 주제인 '문명의 이웃들'에 대해 손부남의 이 작품은 강력한 시각적 응답을 제시해요. 문명의 시작, 그 원초적 순간에 인간과 자연은 이미 함께였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거대한 그림 앞에서 잠시 멈추어 우리의 기원,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감각, 그리고 무엇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함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