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파장
오숙환 (7전시실)
문화예술회관 2전시실에서도 만나보셨던 오숙환 작가는,
먹과 종이를 매개로 보이지 않는 자연의 기운과 감각을 포착해왔습니다.
<자연의 파장> 시리즈는 얇은 한지를 태우고,
그 흔적을 여러 겹 겹쳐 붙이는 독창적인 버닝 기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불에 그을린 자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과 에너지의 흔적을 드러내며,
삶과 소멸이 공존하는 시간의 흔적으로 다가옵니다.
작가는 전통 산수화의 준법을 바탕으로,
산을 오르내리며 바라본 풍경과 이동하며 마주한 시점들을 한 화면 안에 겹쳐 담습니다.
여기에 바람과 구름의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전통 회화의 다시점 구성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됩니다.
검은 먹과 흰 종이의 단순한 대비 속에서도,
번짐과 결의 섬세한 흔적은 모래언덕의 물결무늬, 경작지의 곡선, 수면 위의 바람 같은
자연의 리듬을 떠올리게 합니다.
<자연의 파장>은 결국 자연의 호흡이 파동으로 확장되는 과정이자,
시간과 생명이 남긴 흔적의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